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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서 원 / 박진환 (1936-) <諷詩調 X>에서 질서를 위해 법을 만들고 법으로 질서를 지키는 게 정도인데 정작 법을 만드는 곳에서는 질서라곤 전무, 순 난장판이데 초등하교 반장선거에도 질서가 있는데 부끄러워서 원 *저자 소개* 전남 해남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학과를 거쳐 중앙대대학원 졸..
벼락에 대하여 / 정호승 (1950-)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진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
못잊어 / 김소월 (1902-1934) <소월시집>에서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세얼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느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때로는 눈물도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 조두희 <그리움은 끝나지 않아>에서 불행해 본 사람이 작은 행복에도 감사한다 그리움을 힘들어하지 마라 마음속에 그리움 숨겨 논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 기다리는 것을 지루해 하지 마라 잠시 잠깐 행복하기 위해 긴 설레임도 만들질 않더냐 잠이 ..
신발이 나를 신고 / 이재무 (1958- ) 주어인 신발이 목적인 나를 신고 직장에 가고 극장에 가고 술집에 가고 애인을 만나고 은행에 가고 학교에 가고 집안 대소사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고 지하철 타고 내리고 버스 타고 내리고 현관에서 출발하여 현관으로 돌아오는 길 종일 끌고 다니며 날마다 닳아지는..
실 / 문인수 (1945-) 나는 그동안 답답해서 먼 산을 보았다. 어머니는 내 양손에다 실타래의 한 쪽씩을 걸고 그걸 또 당신 쪽으로 마저 다 감았을 때 나는 연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밤 깊어 더 낯선 객지에서 젖는 내 여윈 몸이 보인다. 길게 풀리면서 오래 감기는 빗소리.
오월의 연주 / 조두희 <그리움은 끝나지 않아>에서 별들이 논에 놀러와 발가벗고 물장구친다 바람이 달을 휘어 현絃을 매어 미루나무에 걸어 놓으면 개구리 뛰어들어 오월을 연주한다 소쩍새 우는 저녁 내 발도 논으로 간다 저자 소개 *경기 가평 출생 *계간 【시인정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
물 만드는 여자 / 문정희 (1947-)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려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