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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 고향 - 김억 시인(1896-1948)현대시/한국시 2024. 3. 24. 11:14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김억 시인은 김소월 시인의 스승으로 알려진 분이다. 내 故鄕 - 金億(岸曙) 시인 내 고향은 곽산의 황포가외다 봄노래 실은 배엔 물결이 놀고 뒷산이란 접동 꽃 따며 놀았소. 천리 길도 꿈속엔 四.五십리라 오가는 길 평양은 들려 놀던 곳 어제 밤도 가다가 또 못 갔쇠다. 야속타 헤매는 맘 낸들 어이랴 지는 꽃은 오늘도 하늘을 날 제. 아지랑이 봄날을 종달새 우네. 육로천리 길 멀다 둘 곳 없는 밤 이날도 고향 찾아 떠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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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신경림 시인(1935-)현대시/한국시 2024. 3. 18. 22:01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신경림 시인(1935-)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 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 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무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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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 리차드 클레이더만(1953-)음악/음악 2024. 3. 17. 19:08
아래 음악은 젊었을 적부터 많이 들었던 음악이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Ballad Pour Adelin)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폴 드 세느비유라는 작곡가가 1976년 작곡했고, 나중에 리차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derman)이 연주해서 유명해진 곡이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의 시그널 뮤직이었는데, 아마 처음부터 깊은 인상을 남겼던지, 호감을 느꼈던 음악이다. 귀에 느껴진 감미로움 때문에, 첫 눈에 반하듯이, 첫 귀에 반한 음악이랄까. 링크: https://youtu.be/eCCan3TFPoc?si=Bctb7JKuc2pyK-Qe 소개 리차드 클레이더만은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본명은 필리프 빠제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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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니의 물감상자 – 강우식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3. 16. 14:0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산문시이다. 어머니의 물감상자 – 강우식 시인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 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주듯이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움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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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루만의 위안(慰安) - 조병화 시인(1921-2003)현대시/한국시 2024. 3. 16. 13:57
아래의 시는 3월 14일 목요일 주현미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하루만의 위안(慰安) - 조병화 시인(1921-2003)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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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십일조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3. 14. 21:49
십일조 - 도종환 시인 새벽에 깨어 블라인드 틈을 손가락으로 열었더니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밤안개의 꼬리가 강 하류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보인다 어머니 새벽미사 나가실 시간이다 어머니처럼 꼬박꼬박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하느님과는 자주 독대를 한다 독대를 한다고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엊그제 핀 상사화가 일찍 졌다는 말 어제 하루와 두끼 식사에 감사하고 어제도 되풀이했던 실수와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 분노하는 이들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 그런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는다 주로 내 혼잣말이 길고 그분은 듣기만 하실 때가 많다 내 아침기도가 고요로 채워져 있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교황님과 독대할 순 없어도 하느님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건 고요 덕이다 수입의 십분의 일을 꼬박꼬박 바치지는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