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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단풍 들겄네 / 김영랑 (1903-1950) 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 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발자국 / 김명수 (1945-) 바닷가 고요한 백사장 위에 발자국 흔적 하나 남아 있었네 파도가 밀려와 그걸 지우네 발자국 흔적 어디로 갔나? 바다가 아늑히 품어 주었네.
바다의 눈 / 김명수 (1945-) 바다는 육지의 먼 산을 보지 않네 바다는 산 위의 흰 구름을 보지 않네 바다는 바다는, 바닷가 마을 10여 호 남짓한 포구 마을에 어린아이 등에 업은 젊은 아낙이 가을 햇살 아래 그물 기우고 그 마을 언덕바지 새 무덤 하나 들국화 피어 있는 그 무덤 보네
바다를 본다 / 이생진 (1929- )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
바다를 담을 그릇 / 이생진 (1929- )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1945-)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
몸 바꾸기 / 이명수 (1945-) <울기 좋은 곳을 안다> 중에서 늘 몸이 문제야 그렇게 살아온 몸을 몇 년째 바꾸고 있다 차를 버리고 맨몸으로 가기 지하철 한두 대 떠나보내고 타기 휴대폰 울려도 모른 척하기 오늘 약속한 글을 한 며칠 미루어 두기 그래서 욕먹어도 그냥 웃어넘기기 내가 쓴 시가 세상..
몸의 기억 삼식이論 / 이명수 (1945-) <울기 좋은 곳을 안다> 중에서 참 놀라운 일입니다. 얼마 전 대명포구에 갔을 때에요. 어판장 고무 자배기에서 물 좋은 삼식이 몇 마리를 골랐습니다. 가게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단숨에 목을 쳐 머리는 검은 비닐 봉지에 넣어 주고 몸은 회를 쳐 주었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