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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 餐 / 함민복 (1962-)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반찬이 발이 달려 건너오고 당신의 마음이 그릇으로 변장을하고 강을 건너왔다고...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참 ..
부러짐에 대하여 / 정호승 (1950-) -시집 <포옹> (창비) 중에서-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1958-)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멘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
『論語․述而』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덕지불수, 학지불강, 문의불능사, 불선불능개, 시오우야) *講(강): 익히다. 강습하다. *徙(사): 옮기다. 장소를 옮기다. 실천하다. 덕을 닦지 못하는 것,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하는 것, 옳은 것을 듣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 잘못을 고..
『孟子․盡心上』如其自視欿然, 則過人遠矣(여기자시감연, 즉과인원의) *欿然(감연): 부족하게 여기다. 만일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다른 사람보다 몹시 뛰어난 것이다.
폭풍 / 정호승 (1950-) <새벽편지>(1987)에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
하나뿐인 나 / 박원자 <하늘빛 너의 향기>에서 내가 사랑을 하면 그대는 하나뿐인 연인이 되고 내가 운동선수가 되면 하나뿐인 금메달은 내 목에 걸려야 하네 내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하나뿐인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되어야 하고 가을비처럼 촉촉이 젖은 가슴으로 첼로를 연주하면 하나뿐인 과르..
어디 다녀온 얘기를 짧게 하고자 한다. 적다보니 짧지않다. 그저께 큰 마음 먹고 열차 타고 영성 공동체로 향했다. 간 이유는 나의 영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그런 공동체는 아니고 극소수의 관계자들이나 관심자들만 아는 그런 영성을 높이는 공동체다. 물론 가톨릭 공동체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