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5

(시)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FM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목숨을 붇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사내라는 허울 버리고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

현대시/한국시 2024.08.18

(시)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아래의 시는 지난 8월 16일 KBS FM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현대시/한국시 2024.08.18

(시) 돌멩이 – 나태주 시인

아래의 시는 이번 주 월요일 8월 12일 아침 라디오 방송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돌멩이 – 나태주 시인 흐르는 맑은 물결 속에 잠겨보일 듯 말 듯 일렁이는얼룩무늬 돌멩이 하나돌아가는 길에 가져가야지집어 올려 바위 위에놓아두고 잠시다른 볼일보고 돌아와찾으려니 도무지어느 자리에 두었는지찾을 수가 없다. 혹시 그 돌멩이, 나 아니었을까?

현대시/한국시 2024.08.14

(시)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시인 (1943-2009)

아래의 시는 8월 11일 일요일 어제 라디오 방송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시인 (1943-2009)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오늘은 학교에 가서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현대시/한국시 2024.08.12

(시) 나의 꿈 - 한 용 운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나의 꿈 - 한 용 운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당신의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현대시/한국시 2024.08.09

(시) 박꽃 - 마종기

아래의 시는 어제 8월 8일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박꽃 - 마종기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생각을 하며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현대시/한국시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