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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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 시인(1949-)현대시/한국시 2022. 1. 28. 16:23
에 실린 시이다. 내용이 괜찮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구부러진 길 – 이준관(1949-)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시인 소개 이준관(1949년 10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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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 오세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 20. 11:20
휴대폰 – 오세영 시인(1942-) 창조는 자유에서 오고, 자유는 고독에서 오고, 고독은 비밀에서 오는 것 사랑하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일은 모두 숨어 하는 일인데 어디에도 비밀이 쉴 곳은 없다. 이제 거대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되었구나 각기 주어진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부르면 즉시 알몸으로 서야 하는 삶 혹시 가스실에 실려 가지 않을까 혹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까 혹시 인터넷에 띄워지지 않을까 네가 너의 비밀을 지키고 싶은 것처럼 아, 나도 보석 같은 나의 비밀 하나를 갖고 싶다 사랑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벨이 울리면 지체 없이 달려가야 할 나의 수용소 번호는 공일육 구공구 삼오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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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루함 - 조병화 시인(1921-2003)현대시/한국시 2022. 1. 12. 13:38
오늘 일하다던 중 라디오에서 주현미 님이 소개한 걸 들었는데, 내용이 괜찮아서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 본 블로그에 올려본다. 기회가 닿으면 이 시가 실린 조병화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고 싶다. 지루함 – 조병화 시인(1921-2003)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너무나 먼 인생은 또한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오지 않는 인생은 더욱 더 지루할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생을 살려면 항상 생생히 살아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그 무엇을 스스로 찾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