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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행렬 속에서 / 밝은 하늘 2009/08/19(수) 저녁노을이 지는 널따란 서울광장에 도착하니 앞사람들이 방명록을 기록하고 분향소 앞으로 나가길래, “김대중 대통령님 하느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고 우리나라 위해 빌어주소서 이천구년 팔월 십구일 아무개” 하고 적었다 스피커의 목..
歲月이 오며는 / 金大中 (1924-2009) 歲月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넓고 큰 광장에서 춤을 추면서 깃빨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르며 얼굴을 부벼댄 채 얼싸안아요 歲月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눈물과 한숨은 걷어치우고 運命의 저줄랑 하지 말 것을 하나님은 결코 죽지 않아요 歲月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立春..
솔직히 말하자 / 김남주 (1946-1994) 솔직히 말하자 이 땅에서 자유대한에서 허위를 파헤쳐 진실을 노래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체포와 고문과 투옥과 그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잠자리에서 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유대한 사천만 인구 중에서 단 한 사람도 없다, 단 한사람도 솔직히 말하자..
시란 인간의 본질이며 정체성이다 서 덕 근(시인) 매일 아침 면도를 한다. 간밤에 자라난 언어들을 깎는다. 시란 나의 언어를 다만 정리하고 깎는 작업에 다름아닐런지. 그렇잖으면 보기 흉하니까. 어둠의 어깨를 관통하는 밤열차 울음이 어머니 주무시던 웃목마냥 시린 이마에 매달립니다 ―「영산강..
가슴 속의 시를 끄집어내는 능력 있어야 정호승 제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어느 날 퇴근을 해서 집에 갔더니 제 처가 시장에서 무지개떡을 사왔습니다. 무지개떡을 보니까 '아! 무지개떡 옛날에 엄마가 많이 사주셨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으면서 '무지개떡 참 맛있다. 마누라가 사주니까 더 ..
시에 대한 몇가지 편견......이성복 우리는 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손이 분명히 해보다 작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으므로 ‘해보다 손이 크다’라는 착각을 한다. 시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 중에 하나가 비유가 많으면 시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영화 "LONG SHIP"에서 잃어버린 황금종..
뜨거운 햇볕은 / 밝은 하늘 2009/08/16(일) 햇볕이 강하게 내려쫴는 한 낮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오 분 동안 여기 행인은 볕에 익어 머리가 어질어질 발걸음 비틀비틀 거리고 저기 들판의 곡식은 볕에 익어 알맹이 주렁주렁 무게중심 흔들흔들 거리고 머리 위의 여름은 사람도 곡식도 다 부지런히 익..
바람 / 김경훈[石香]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본다 흔들리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는지 흔들기 위해 바람이 부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대 그대 하고 불러보면 나는 어느새 나뭇잎이 되어 흔들린다 그대 바람이라도 좋다 내가 나뭇잎이라도 좋다 살아있는 풍경같은 세상 그 어느 그리움인들 흔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