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언11-물은 물대로 / 권달웅 (1944-) <초록세상>에서 누가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물은 물대로 흐르고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새겨서 다 듣는다. 누가 소래 높여 외치지 않아도 산은 산대로 돌아가고 그 소리를 아는 사람은 짐작해 다 안다. 누가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물따라 산따라 순리대로 ..
꽃 / 나태주 (1945-) 1 만약 내편에서 프로포즈라도 한다면 고려해 보겠노라는 여자야, 만약 얼빠진 정신으로 내 그대에게 프로포즈라도 한다면 그때 그대는 단호히 나의 청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발끈 화를 내며 절교라도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대는 내게 있어 더 ..
꿈을 함께 가진 시간들이 참 따뜻했다 [최은숙 칼럼] http://www.nah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562
묘비명 (墓碑銘) / 김 광 규 (1941-)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
가을 서한 1 / 나태주 (1945-)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에서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세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
입추 / 나태주 (1945-)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에서 주린 배 구부려 줄줄이 동구 밖까지 따라나서는 미루나무들의 저녁에, 다리 오그려 쌔액쌔액 암행하는 겁 많은 일렬 기러기들의 저녁에, 징소리 앞세워 보름달님 데불고 나오시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신가. 눈도 코도 모르는 시커먼 하늘의 참대밭..
어깨 기대어 주고 / 밝은 하늘 09-10-09(금) 따가운 가을햇살 쏟아지는 한 낮 시간이 가면서 가을도 푸른 옷을 벗고 빨갛고 누런 옷으로 갈아입겠지 우리도 이렇게 청년의 옷을 벗고 중년의 옷을 걸쳤는데 이제 서서히 노년의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도 해야겠지 그대가 모든 이에게 편안하고 너그러운 사..
기약 없는 희망이더라도 / 밝은 하늘 2009/10/07(수) 낯선 전화번호와 낯선 목소리가 십 수 년 산과 강과 바다와 대륙을 몇 개쯤 그리고 행성을 몇 개쯤 은하수를 몇 개쯤 건너서 드디어 서로 다시 만나 저녁밥도 먹고 맥주잔도 기울이며 지나온 인생의 단 맛과 쓴 맛을 쏟아내고 어루만졌다 살아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