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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인인가 / 이생진 (1929- )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1941-2007)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
論語 爲政 2-5 The Analects Weizheng 2-5 孟懿子曰(맹의자왈), 問孝(문효). 子曰(자왈), 無違(무위). 樊遲御(번지어), 子告之曰(자고지왈), 孟孫(맹손), 問孝於我(문효어아), 我對曰(아대왈), 無違(무위). 樊遲曰(번지왈), 何謂也(하위야). 子曰(자왈), 生事之以禮(생사지이례), 死葬之以禮(사장지이례), 祭之以禮(제..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1958-)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1961-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출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시였다. 중년기 들어 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에 만났던 시였다.ㅠ 그리고 시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
<남해금산>후기 / 이성복 (1952-) 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 이젠 기억조차 까마득하군요.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당신이라는 분이 이 세상에 계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여러 날 밤잠을 설치며 당신에게 드리는 긴 편지를 썼지요. 처음 당신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
남산에 오르다 / 김규동 (1925-) 추석날이면 소주 한 병 들고 남산에 올라 혼자 울었다. 북쪽 고향 하늘 그리며 남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은 아직 빌딩의 숲이 아니었고 하늘은 맑고 대기오염같은 것도 없었다. 남산은 우리 모두의 산 서울의 심장 남산에 오르지 못한 지도 한참 되었다.
살다가 보면 / 이근배 (1940-)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