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3 2

(작문) 성가대를 그만두며

지휘자님, 반주자님, 단장님, 그리고 단원 여러분, 저는 오늘부로 칸타빌레 성가대에서 나가겠습니다. 3년전 입단할 때부터 딱 만 3년만 경험해보자는 뜻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노래하며 배웠으니 실력은 부족해도 스스로 일어서겠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여러분 모두와 함께 소리를 맞추어 노래로 주님을 찬양하고 뒤풀이 때 가졌던 술 한 잔의 즐거운 시간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쏜 화살처럼 빨리도 가버렸네요. 앞으로도 음악은 노래는 시와 아름다움과 함께 계속 좋아하고 추구할 것이고, 합창이 그리워질 때는 여러분을 위해 하늘에다 화살을 수시로 쏘겠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한 분 ..

현대시/작문 2022.10.23

(詩) 가을 억새 -정일근 시인

가을 억새 -정일근 시인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

현대시/한국시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