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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파니(Epiphany)* / 밝은 하늘 2011-01-02(일) 그대의 빛이 당도하였으니 어서 일어나 빛을 내시오 그분의 광영이 이제 그대 위에 드러날 것이오 그 옛날 별이 현자들을 빛에로 인도하였듯 그대의 삶도 인도할 것이오 언제나 빛 속을 거닌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 아니겠으나 때로 어둠속에 좌절 속에 빠진..
저무는 경인년 / 밝은 하늘 2010-12-30(목) 西貢(서공)의 강물에 庚寅年의 해와 달 내려와 자욱한 그대의 실루엣 민들레처럼 번지고 새벽의 별들이 마늘 먹은 눈사람 끌어안고 앙상한 겨울나무의 허리를 칭칭 휘감고 신호탄 쏘는데 월드컵 경기장에 전해오는 억새풀의 전설 속 애너밸 리의 슬픈 이 별(星) ..
송년의 노래 / 밝은 하늘 2010-12-30(목) 외롭게 매달려 있는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맥주 한 잔 걸치고 넬라 판타지아 들으며 쏭화강의 추억을 더듬으며 꿈을 꾸다가 발견한 한 송이 꽃 그대는 庚寅花(경인화)
크리스마스 참새 / 밝은 하늘 2010-12-26(일) 크리스마스 양팔을 퍼덕이며 날아서 제대 뒤 높다란 십자가 위에 내려앉자 어디선가 참새의 성탄인사 메리크리스마스
살아남기 / 밝은 하늘 2010-12-26(일) 언어보다 사는 게 아니 살아남는 게 장난 아녀요... 새로운 인간들하고 적응하는 게 보통일이 아닌 거지요... 아무래도 예민한 성격을 많이 많이 다듬어 무디게 해야 할까요 묘안 좀 빌려주시면 고맙게 썼다가 훗날 맛난 음식 담아 돌려 드려요...
크리스마스 이브의 달 / 밝은 하늘 2010-12-24(금) 늦은 밤 신자들과 함께 성당마당에 모여 크리스마스 이브가 성극을 관람하는데 누가 자기를 쳐다보나 했더니 바로 저 성당 첨탑 위 달님이 고개 쑥 내밀고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
한 아기 / 밝은 하늘 2010-12-19(일) 우리 옆집 한 아기 응에! 하면서 예수의 모습으로 태어났네! 사람들은 불행히도 이 아기를 여염집 아이로만 알아볼 뿐 바로 그가 예수임을 못 알아봤네! 사람들은 예수가 인간으로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났을지라도 못 알아봤다네! 사람이 신의 모습을 사람이 예수의 모..
된장찌개 / 밝은 하늘 2010-12-18(토) 쌀국수 냄새 가득한 주방에서 펄펄 끓는 엉성한 된장찌개 향긋한 냄새 두 발로 걸어서 온 집안을 쏘다니다 선풍기 바람에 미끄러져 찰과상 입고 내뱉는 말 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좋은 친구 만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