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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 / 김건일 (1942-) <뜸북새는 울지도 않았다>에서 시골에서 남의 돈 떼어먹고 서울로 도망간 그 사람 서울의 담배 가게에서 십년 만에 만난 그 사람 그동안 앞니가 두 개 빠진 그 사람 그 사람 무안했던지 담배 한 갑 사 주며 히죽이 웃는 그 사람
복종 / 한용운 (1879-1944)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 하시면, 그것만은 ..
중 독 바우 이훈식 하여간 틈만 나면 시도 때도 없이 당신을 찾습니다. 내 마음의 숨겨둔 비밀을 털어 놓으면 언제든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당신 늘 처음 같은 설레임으로 두근 거리는 가슴 미리 약속 없어도 당신과의 만남은 환하게 열리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곳곳에 자리한 반짝이는 댓글을 볼 ..
제17회 공초문학상 수상작품 한국시인협회 홈피에서 참고. 헛 눈물 / 신달자 (1943-) 슬픔의 이슬도 아니다 아픔의 진물도 아니다 한 순간 주르르 흐르는 한줄기 허수아비 눈물 내 나이 돼봐라 진곳은 마르고 마른곳은 젖느니 저 아래 출렁거리던 강물 다 마르고 보송보송 반짝이던 두 눈은 짓무르는데 ..
病床錄 / 김관식 (1934-1970)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모져 노운 지 이제 10년.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肝, 心, 脾, 肺, 腎……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어두운 밤 턴넬..
병상우음(病床偶吟)1 / 구상 (1919-2004) <인류의 맹점(盲點)>에서 병상에서 내다보이는 잿빛 하늘이 저승처럼 멀고도 가깝다 돌이켜보아야 80을 눈앞에 둔 한평생 승(僧)도 속(俗)도 못 되고 마치 옛 변기에 앉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왔다 이제 허둥대 보았자 부질없는 노릇… 어느 호스피스 여의사..
양심 / 박원자 <하늘빛 너의 향기>에서 어느 날 누군가는 당신 가슴 속에 양심의 불꽃은 끄지 말라했었네 고속도로 위에 종일 쥐고 있던 조그마한 양심 하나 그만 창문 열고 슬쩍 바람에 날려 보냈네. 저만큼 안녕을 고하며 잘도 날아가던 양심 어젯밤 잠들 때까지 날 따라 다니더니 오늘 아침에도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1930-196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