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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의 영적 일기_요나의 표징>사람되기/인문학 2021. 11. 11. 11:58
**한 줄 소감** 하느님과 만나 하나가 되려는 열망과 실천을 아름답게 그려놓은 책. -자기성찰이나 자기인식의 길로 이끄는 데 글쓰기가 도움을 준다. (9-10쪽) -은둔생활의 근본은 두려움의 부르심, 무기력의 부르심,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안에서의 삶. (10쪽) -트라피스트(Trappist) 수도원: 1098년 프랑스 시토(Citeaux)에서 베네딕도회의 한 분파로 설립돼 900년간 내려온 시토회는 초기영성을 회복하자는 시토회를 엄률시토회 혹은 트라피스트라고 함. (20쪽) -시토회 수사들의 다섯 가지 서원: 청빈, 정결, 순명, 정주, 행동(생활양식) (26쪽)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은 자신에게 부담을 주는 모든 걸 하느님의 뜻이라 믿는다. 고통스런 것도 하느님 뜻이다. 땀이 나는 일도 하느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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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멧새 소리>사람되기/인문학 2021. 10. 31. 22:25
夏 짝새가 발부리에서 날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먹었다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늪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가웠다 돌다리에 앉아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 昌原道 ---南行詩抄 1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대서 따스하니 손 녹이고 싶은 길이다 개 데리고 호이호이 휘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__________________ 固城街道(고성가도) ---南行詩抄 3 固城장 가는 길 해는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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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사슴>사람되기/인문학 2021. 10. 31. 14:40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__________ 길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나오는 古家가 보였다 거기 --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가자면 지금도 전설처럼 古家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봐 몸을 소스라침은 비둘기같이 순한 마음에서.... ________ 작별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 눈보라가 날렸다 언니는 흰 족도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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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희 지음 <천 일의 순이_치매엄마의 죽음맞이>사람되기/인문학 2021. 10. 21. 13:33
지은이: 김난희 교수 제목: 천 일의 순이 부제목: 치매 엄마의 죽음맞이 출판사: 북치는소년 출판연도: 21년 3월10일 독서기간: 21년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한 줄 요약 글쓴이가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형제자매들과 같이 돌아가실 때까지 3년간 모시면서 느낀 소감들, 영감들, 필요한 정보들, 참고문헌 등을 담고 있다. 나 역시 죽음을 앞두고 투쟁을 벌이시는 노부모가 계신 입장이라 많은 점에서 공감이 됐고 가족 카톡방에다 이 책을 소개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글쓰기 전문가인 대학교수라 그런지 무거운 주제를 건조하지 않게 읽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같아 좋았다. (13쪽) 1. 치매 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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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1. 9. 16. 22:22
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시인 정치가에게 권력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부자들에게 돈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성직자에게 직위를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지식인에게 명성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빼 버리고 남은 그것이 바로 그다 그리하여 다시 나에게 영혼을 빼 보라 나에게 사랑을 빼 보라 나에게 정의를 빼 보라 그래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그래도 태연히 내가 살아간다면 나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1년 10월28일 목요일 덧붙임 좋은 책 많이 읽으려고 하지만 좋은 글로 발전하는 건 다른 문제이고, 이 역시 꾸준함이 필요하단 점 잘 알지만, 삶의 유혹들이 가만 나두지 않는다. 지천명을 넘어 이순으로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불혹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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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이준관현대시/한국시 2021. 8. 26. 14:34
비 -- 이준관 어렸을 때는 내 머리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비를 맞으면 해바라기 꽃처럼 쭉쭉 자랄 것 같았다 사랑을 할 때는 우산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둘이 우산을 받고 가면 우산 위에서 귓속말로 소곤소곤거리는 빗소리의 길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처음으로 집을 가졌을 때는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이제 더 젖지 않아도 될 나의 생 전망 좋은 방처럼 지붕 아래 방이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지금 딸과 함께 꽃씨를 심은 꽃밭에 내리는 비가 좋다 잠이 든 딸이 꽃씨처럼 자꾸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는 일이 행복하다 2021.7월호에서 옮겨 적음. 비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렇게 이쁘게 잘 적은 시인의 행복한 삶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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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옷 한 벌 -- 박일규현대시/한국시 2021. 8. 26. 14:25
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2021.4월호에 실렸는데 이곳에 모셔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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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나를 슬프게 한 일들 - 정채봉현대시/한국시 2021. 8. 23. 12:18
월간독자 Reader 2021.6월호를 읽다가 좋은 시가 하나 나와서 간직하려고 타자해본다. 오늘 내가 나를 슬프게 한 일들 by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보지 못했네 목욕하면서 노래하지 않고 미운 사람을 생각했었네 좋아 죽겠는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네 나오면서 친구의 신발을 챙겨 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느낌 정채봉 님은 동화작가로 돌아가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 이런 울림있는 시를 쓰셨나! 사소한 선행, 사소한 배려, 사소한 사랑이 나를 키우고, 나의 마음이 한 뼘 자라게 할 지 모른다. 너무 계산적이지 말고 내어주는 삶을 살도록 다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