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사람 – 이기철 시인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이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 그 둥치 땅 위에 세우고 그 잎새 하늘에 피워놓고도 제 모습 땅속에 감추고 있는 뿌리 같은 사람 만나면 그이 안 보이는 마음속에 놀 같은 방 한 칸 지어 그와 하룻밤 자고 싶다 햇빛 밝은 날 저자에 나가 비둘기처럼 어깨 여린 사람 만나면 수박색 속옷 한 벌 그에게 사주고 그의 버드나무잎 같은 미소 한 번 바라보고 싶다 갓 사온 시금치 다듬어놓고 거울 앞에서 머리 빗는 시금치 같은 사람, 접으면 손수건만 하고 펼치면 놀만 한 가슴 지닌 사람 그가 오늘 걸어온 길, 발에 맞는 편상화 늦은 밤에 혼자서 엽록색 잉크를 찍어 편지 쓰는 사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