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 도종환 시인 새벽에 깨어 블라인드 틈을 손가락으로 열었더니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밤안개의 꼬리가 강 하류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보인다 어머니 새벽미사 나가실 시간이다 어머니처럼 꼬박꼬박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하느님과는 자주 독대를 한다 독대를 한다고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엊그제 핀 상사화가 일찍 졌다는 말 어제 하루와 두끼 식사에 감사하고 어제도 되풀이했던 실수와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 분노하는 이들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 그런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는다 주로 내 혼잣말이 길고 그분은 듣기만 하실 때가 많다 내 아침기도가 고요로 채워져 있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교황님과 독대할 순 없어도 하느님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건 고요 덕이다 수입의 십분의 일을 꼬박꼬박 바치지는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