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37

(시)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1920-2004)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들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시인 소개 1920년 경남 통영 출생.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407246#home

현대시/한국시 2024.02.29

(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아래의 시는 워낙 유명한 시이다. 나도 전에 정 시인의 어느 시집에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시집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 본 블로그에 이 시를 업로드 한 것 같은데, 검색하면 안 나온다. 그렇다고 900여 편이나 되는 본 블로그의 현대 한국시를 전부 검색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본래 오늘 지인이 카톡을 보냈는 데 그 속에 이 시를 떠올리는 시 한 편이 있었고,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찾아보았던 것이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

현대시/한국시 2024.02.28

(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이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

현대시/한국시 2024.02.25

(시) 그림자 - 함민복 시인(1962-)

예전에, 십 수년 전에, 이 시를 읽고 댓글처럼 습작시를 썼었다. 어제 우연히 그 습작시를 보았는데, 간직하고 싶어서, 아래에 소개한다. 다시 읽어도, 따뜻함이 묻어나고, 입가에 웃음꽃이 번지는, 아름다운 시다. 그림자 - 함민복 시인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현대시/한국시 2024.02.24

(시) 보름달에게 ㅡ 이해인 수녀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라서 이 시가 프로그램에서 선택을 받은 것 같다. 보름달에게 ㅡ 이해인 수녀 당신이 있어 추운 날도 따뜻했고 바람부는 날에도 중심을 잡았습니다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월의 선물로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모두 다 보름달로 보이는 이 눈부신 기적을 당신께 바칠게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현대시/한국시 2024.02.24

(음악) Anna German(1936-1982)의 Walking Alone 나 홀로 길을 가네

Anna German(1936-1982)의 Walking Alone 나 홀로 길을 가네 이 노래는 KBS 클래식 FM에서 전기현 님이 진행하는 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듣다 보니, 노래가 좋아지고, 마침내 이제는 이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넷도 검색해보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니! 링크: https://youtu.be/qTIOP2X_Fn8?si=uTwIyN4K8hhzdiux 가사는 위 노래를 들으며 적었다. 나 홀로 길을 나섰어요. 자갈길은 안개 속에서 어슴프게 빛나네요 황야의 밤은 고요하여 신의 음성마저 들릴 듯 하고 별들은 서로 속삭이네요. ​ ..

음악/음악 2024.02.24

(시) 참 우습다 - 최승자 시인(1952-)

요즘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다. 그런데 최 시인의 시는 솔직히 읽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뭔 소리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하나 재미있는 시가 하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소개한다. 참 우습다 - 최승자 시인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 문학과지성사에서 2010년에 나온 최승자 시집 중에서 - **시인 소개**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 독문과에서 수학. 1979..

현대시/한국시 2024.02.23

(시)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시인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시인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맹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현대시/한국시 2024.02.23

(시) 돈 - 유종호 시인(1935-)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시가 아니라 코메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유머러스하고 발직한 시이다. 읽는 맛을 주는 시이다. 돈 - 유종호 시인 신사임당은 사람 볼 줄 모른다 율곡도 사람 볼 줄 모른다 대왕 세종도 마찬가지다 사람 볼 줄 안다면 왜 나와 착한 내 친구 천수 호주머니에 돈이 없는가 한국은행은 앞으로 돈 만들 때 대왕님께 안경을 씌워 드리시오 그리고 대왕 세종께서도 큰길로만 다니시지 마시고 골목길도 좀 다녀주세요 _____________ 시인 소개 유 시인은 1935년 충주 출생이다. 서울대 영문과와 뉴욕 주립대(버팔로) 대학원 수학했으며, 공주사대,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제35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한국시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