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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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늘을 깨물었더니 – 정현종 시인(1939-)현대시/한국시 2024. 3. 3. 10:23
아래의 시는 영화 에 소개되었던 시라고 한다. 나도 이 영화를 봤는데, 이 시가 과연 등장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정현종 시인의 시 "느낌표"를 검색하다가 아래의 시를 발견하였다. 정 시인의 시는 어려운 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시도 있다는 게 놀랍다. 인터넷이나 시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시를 발견하면 옛 연인에게서 편지를 받은 것처럼 기쁘기 그지 없다. 하늘을 깨물었더니 – 정현종 시인(1939-)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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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느낌표 – 정현종 시인(1939-)현대시/한국시 2024. 3. 3. 10:1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아이디어가 참 신박한 시이다. 고정관념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재미없는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고정관념이란 어제 했던 생각이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지속되어 굳어진 것이 아닌가? 느낌표 – 정현종 시인(1939-) 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 놓고 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 놓고 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하나 구르게 하고 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 놓고 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울려 놓고 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 놓고 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 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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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월 - 이외수현대시/한국시 2024. 3. 1. 22:3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오늘이 3월의 첫날이니,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이다. 이외수 씨는 소설가로 알고 있는데, 이분이 시를 썼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하긴 시인이나 소설가나 다 말을 하는 사람이요, 말을 글자로 표현하는 사람이요, 글자를, 말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니... 3월 – 이외수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있으면 원고지 속으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 머리맡으로 보냅니다 꽃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신 적이 있나요 한글 중에 제일 꽃을 닮은 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햇빛 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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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1920-2004)현대시/한국시 2024. 2. 29. 20:53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들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시인 소개 1920년 경남 통영 출생.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407246#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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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현대시/한국시 2024. 2. 28. 22:26
아래의 시는 워낙 유명한 시이다. 나도 전에 정 시인의 어느 시집에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시집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 본 블로그에 이 시를 업로드 한 것 같은데, 검색하면 안 나온다. 그렇다고 900여 편이나 되는 본 블로그의 현대 한국시를 전부 검색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본래 오늘 지인이 카톡을 보냈는 데 그 속에 이 시를 떠올리는 시 한 편이 있었고,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찾아보았던 것이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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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현대시/한국시 2024. 2. 25. 10: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이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