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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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 나태주 시인(1945-)현대시/한국시 2024. 2. 5. 19:03
아래의 시는 오늘 오전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나 시인의 시집을 몇 권 보았는데, 아래의 시는 시집 이름은 잊었으나 그 중에 하나에 실렸던 詩일 것같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 나태주 시인 죽을 병 걸려 반년 병원에서 엎드려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풀려나온 날 사람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다 왜 내가,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인사해야지 저쪽에서 거꾸로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걸까? 그때는 그것이 궁금했었다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세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 얼마나 눈물겨운 세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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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해다오 - 오영재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2. 3. 10:19
아래의 시는 안도현 시인의 시집 에서 "주름"이란 시 속에서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 시인을 알게 되었다. 이분이 남북작가회담에 북한 대표로 참가했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당시 심정을 표현한 시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전해다오 - 오영재 시인 자리가 비어 있구나 고은 신경림 백락청 현기영 김진경 그리고 간절히 우리를 청해놓고 오지 못하는 사람들 하나 우리는 나무라지 않으마 그것을 나무라기에는 가슴이 너무도 아프고 터지는 듯 분하구나 지금쯤 어느 저지선을 헤치느라 온몸이 찢기어 피를 흘리고 있느냐 애국의 뜨거운 가슴을 열고 그들이 달려오는 길을 그 누가 가로막았느냐 아 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오가는 바람아 떠가는 흰구름아 우리의 이 목소리를 실어가다오 그리고 전해다오 오늘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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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완행 버스 – 임길택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2. 3. 09:40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2004년에 세상에 빛을 본 시이다. 소박한 내용이지만 울림이 있는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시이다. 완행 버스 – 임길택 시인 아버지가 손을 흔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 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 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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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불쌍하다는 말 / 이재봉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2. 1. 21:14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불쌍하다는 말 / 이재봉 시인 그동안 나는 불쌍하다는 말만큼 오만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쌍하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가끔 어머니에게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입맛이 없다며 국물만 몇 숟갈 뜨다 말아도 어쩌다 다리를 살짝만 다박거려도 어머니를 안쓰러워하고 가여워하는 그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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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집 한 채 – 임강빈 시인 (1931-2016)현대시/한국시 2024. 1. 31. 13:50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직접 듣지는 못했고 나중에 전해들었다. 이렇게 방송에 소개된 시를 만나는 일도 시집을 통해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집 한 채 – 임강빈 시인 (1931-2016) 하얀 길이 다 끝나지 않은 곳에 집 한 채 쓰러질 듯 서 있다 담도 대문도 없는 이 집 주인은 누구일까 신록에 싸여 오히려 고대광실이다 멀리 뻐꾸기가 한데 어울린다 허술한 집 한 채 꿈속 궁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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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산 - 안도현 시인(1961-)현대시/한국시 2024. 1. 30. 22:01
외국인이 아닌, 토종 한국인인, 그것도 내일이 환갑인, 시를 좋아하는 남자 사람인, 나는 시집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무슨 소설을 읽는 것도 아닌데, 자주 모르는 단어들이 등장하여 사전을 찾아본다. 아래에 소개하는 시에도 모르는 단어, 혹은 생소한 단어, 내가 어렸을 적에 배웠거나 접했는데, 평상시에 쓰지 않아 잃어버렸던 단어가 두 개나 등장한다. 시를 읽는 재미도 좋지만, 이처럼 모르는 혹은 생소한 단어, 낯선 낱말을 만나는 것이 마치 낚시에서 물고기를 새로 낚은 기분처럼 묘한 설레임을 준다. 이래서 시를 읽는다. 사도 바오로 서간에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영은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문자, 단어, 낱말이 이렇게 나를 요즘 말로 플러팅(flirting, 이성과 히히덕거리다, 추파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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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님의 아리랑 – 황금찬 시인 (1918-2017)현대시/한국시 2024. 1. 29. 22:13
아래의 詩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황금찬 시인은 아주 오래전 라디오에서 이분의 시를 낭송하는 걸, 본인이 구수한 목소리로 직접 낭송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고령이었는데, 이제는 고인이 되셨다. 이번 달은 내 어머니께서 소천하신 달이라, 그것도 불과 몇 년 안 된 지라,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달인데, 황 시인의 시를 접하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어머님의 아리랑 – 황금찬 시인 (1918-2017) 함경북도 마천령, 용두골 집이 있었다 집이라 해도 십 분의 4는 집을 닮고 그 남은 6은 토굴이었다 어머님은 봄 산에 올라 참꽃(진달래)을 한 자루 따다놓고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 와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 입술이 푸르도록 꽃을 먹어도 허기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