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시) 참 우습다 - 최승자 시인(1952-)현대시/한국시 2024. 2. 23. 22:29
요즘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다. 그런데 최 시인의 시는 솔직히 읽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뭔 소리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하나 재미있는 시가 하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소개한다. 참 우습다 - 최승자 시인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 문학과지성사에서 2010년에 나온 최승자 시집 중에서 - **시인 소개**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 독문과에서 수학. 1979..
-
(시)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2. 23. 10:18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시인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맹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
(시) 돈 - 유종호 시인(1935-)현대시/한국시 2024. 2. 20. 12:37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시가 아니라 코메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유머러스하고 발직한 시이다. 읽는 맛을 주는 시이다. 돈 - 유종호 시인 신사임당은 사람 볼 줄 모른다 율곡도 사람 볼 줄 모른다 대왕 세종도 마찬가지다 사람 볼 줄 안다면 왜 나와 착한 내 친구 천수 호주머니에 돈이 없는가 한국은행은 앞으로 돈 만들 때 대왕님께 안경을 씌워 드리시오 그리고 대왕 세종께서도 큰길로만 다니시지 마시고 골목길도 좀 다녀주세요 _____________ 시인 소개 유 시인은 1935년 충주 출생이다. 서울대 영문과와 뉴욕 주립대(버팔로) 대학원 수학했으며, 공주사대,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제35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했다.
-
(시)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2. 19. 22:2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 도종환 시인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거듭난 것들이 모여 논둑 밭둑 비로소 따뜻하게 합니다 참나무 어린 잎 하나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저를 이기고 거듭난 것들이 모여 차령산맥 밑에서 끝까지 봄이게 합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 속에서 거듭납니다 저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 사람들 모여 이 세상을 아직 희망이게 합니다.
-
(시) 지푸라기 – 정호승 시인(1950-)현대시/한국시 2024. 2. 17. 09:41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지푸라기 – 정호승 시인(1950-)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 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
(시/가곡) 그대 있음에 – 김남조 시인(1927-2023)현대시/한국시 2024. 2. 16. 11:10
아래의 시는 노래(가곡)로도 널리 알려진 시다. 그대 있음에 – 김남조 시인(1927-2023)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가곡 링크: https://youtu.be/RFj0VQKH780?si=jzkjx1QzpzBOhATl
-
(시) 나에게 – 김남조 시인 (1927-2023)현대시/한국시 2024. 2. 16. 11:08
나에게 – 김남조 시인 (1927-2023) 1 가려거든 가자 千의 칼날을 딛고 만년설 뒤덮인 정상까지 가자 거기서 너와 나 결투를 하자 2 사생결단 그쯤을 훨씬 넘어서서 영혼의 等價인 사람의 진실 겨루어보자 참말로 죽기 아니면 사랑하겠느냐 참말로 죽기 그 아니면 살아내겠느냐 가려거든 가자 화약가루 자욱한 땡볕에라도 나서자 2 너의 권리는 끝났다 시험장의 학생이 두 번 답안지를 낼 수 없듯이 너도 한 번뿐인 기회를 써버린 게야 평점에 이르기를 한 남자를 행복하게 못했으며 余他 이에 준한다는구나 이제부턴 후회와 둘이 살면서 스스로 판결한 벌을 섬길지니 즉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손 내밀지 마라 - 미래사에서 1991년 출판한 김남조 시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