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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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에게 – 김남조 시인 (1927-2023)현대시/한국시 2024. 2. 16. 11:08
나에게 – 김남조 시인 (1927-2023) 1 가려거든 가자 千의 칼날을 딛고 만년설 뒤덮인 정상까지 가자 거기서 너와 나 결투를 하자 2 사생결단 그쯤을 훨씬 넘어서서 영혼의 等價인 사람의 진실 겨루어보자 참말로 죽기 아니면 사랑하겠느냐 참말로 죽기 그 아니면 살아내겠느냐 가려거든 가자 화약가루 자욱한 땡볕에라도 나서자 2 너의 권리는 끝났다 시험장의 학생이 두 번 답안지를 낼 수 없듯이 너도 한 번뿐인 기회를 써버린 게야 평점에 이르기를 한 남자를 행복하게 못했으며 余他 이에 준한다는구나 이제부턴 후회와 둘이 살면서 스스로 판결한 벌을 섬길지니 즉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손 내밀지 마라 - 미래사에서 1991년 출판한 김남조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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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시인(1946-1994)현대시/한국시 2024. 2. 11. 21:23
아래의 시는 노래로도 불리는 민중 가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바탕이 된 시이다. 우리 젊었을 적에 참 많이 불렀던 노래이다. 이 글을 작성하며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참으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떨어져 가지 말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앞에 가며 너 뒤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너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열이면 열 사람 천이면 천 사람 어깨동무하고 가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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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대추 한 알 - 장석주 시인(1955-)현대시/한국시 2024. 2. 10. 20:53
장석주 시인은 십 수년 전인가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시인이다. 그리고 이 분의 시 "대추 한 알"은 무슨 계기로 알게 된 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 당시에 이 시가 참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던 차에, 오늘 장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이 시를 다시 발견하게 되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잊지 않기 위해 아래에 옮겨 적어본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시인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애지에서 2005년 펴낸 장석주 시집 중에서 - *********아래는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추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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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Annabel Lee - Edgar Allan Poe(1809-1849)현대시/영시 2024. 2. 7. 22:11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이 시는 7-80년대 중고등 시절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대충 한국어역만 접했을텐데, 시의 내용이 왠지 쓸쓸하고 우수에 찬 것이 내 마음을 끌었던 것 같고, 그래서 무작정 이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아래 영문과 한국어역 링크: https://namu.wiki/w/Annabel%20Lee Annabel Lee 문예 관련 정보 개요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의 대표작. 포가 아내 버지니아 클렘 에드거 앨런 포의 사촌여동생 namu.wiki Annabel Lee - Edgar Allan Poe(1809-1849)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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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시인(1926-2017)현대시/한국시 2024. 2. 7. 21:40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시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