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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 이충우 십자가 짊어지고 가는 인생길 혼자만 무거운 것 아닐 터인데 조금씩 편한대로 잘라내다가 나중엔 팔랑개비처럼 만들어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렸습니다. 어느 날 골이 깊은 산길을 만나 묵묵히 땀흘리며 걸어온 이들 사다리 대신 걸쳐 가는 걸 보고 아! 그때서야 깨..
십자가 회상 / 이인평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셨다 곡식을 심기 위해 보습이 닳도록 밭을 갈고 논을 갈고 어떤 날은 쟁기를 지게에 진 아버지의 등 뒤로 노을이 밀려왔다 아버지는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고삐에 이끌려 고개를 오르며 아버지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
십자가 / 이신강 <시와 십자가>에서 한 번도 한가한 날을 허락하지 않으신 당신을 원망하였습니다. 고단한 소년기와 엇갈리는 남편 딴 길 가는 아이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 덫 아니면 어찌 주님을 찾았겠습니까. 십자가는 나의 구원 참사람 일깨우고 당신을 알게 하셨습니다..
십자가, 아파야 보이는 덧셈 표시 / 유안진 (1941-) <시와 십자가>에서 배고픔은 고달픔을 낳았고 고달픔은 서글픔을 낳았고 서글픔은 슬픔을 낳았고 슬픔은 아픔을 낳았다 이 픔자 가계(家系)는 오대(五代)만에 우연 아닌 필연으로 프러스 표시를 보았다 십자가였다 꿈이 더해졌다 강..
십자가 / 안용석 <시와 십자가>에서 절망의 바닥 더 이상 절망할 수 없을 때. 고통이 깊어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눈감아 버릴 때. 나에게로 다가 와 조용히 생명과 힘이 되어 준, 비로소 그를 만날 수 있던 영혼의 교차로. ------------ 주님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난 나의 고통을 머리로..
십자가 / 김정인 <시와 십자가> 중에서 이마에서 가슴으로 심장 깊숙이 성호를 긋습니다 봉숭아 꽃물 들인 새끼손가락은 철 안든 아이처럼 맥도 짚지 못하며 장지만 따라 다닙니다 기도의 중심은 몸과 마음이 주님께 향하는 곳에 있다는데요 그 새끼손가락 십자가 건성으로 지고 가..
어느 봄날 / 나희덕 (1966-)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부활절에 / 김수복 (1953-) <시와 십자가>에서 사순 제4주일 저녁미사를 마치고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한 알의 밀알로만 남는다는 강론이 떠올랐다 한 알의 밀알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4월의 하늘이 되고 4월의 바다가 되었다 성당 앞 마리아 상을 지나오면서 서쪽으로 날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