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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정운헌 <詩와 십자가>에서 저 나무들이 행복해 보였어요 무성한 꽃과 잎들 그늘이 짙었지요 한없이 바람에 출렁이고 햇빛에 반짝였어요 저도 함게 출렁이고 반짝이고 싶었어요. 겨울이 되어서야 저는 보았어요 나뭇가지마다 십자가가 아닌 것이 없고 온몸으로 그 나뭇가지들..
내 젊음을 앗아간 탄전지대[나의 문학, 나의 삶] 나는 화전민火田民의 아들이었다. ‘화전민’이란 들판에 땅이 없어 산골짝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궈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에서 경상도로 이사를 갔는데, 화전민이 되기 위해서였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
움직이는 십자가 / 임지현 깊이 패인 주름살 십자가를 그었다. 거슬러가는 시간 앞에 무릎 꿇고 팽팽한 이미 위에 잔금을 새기면서 새롭게 일어서는 아침 햇살 앞에 살땀을 흘리면서 허리 굽힌 삽질 흥건한 고단함을 구들장에 눕힌 날들 흠 없이 가는 시간 붙잡지 못했다. 일월이 지는 밤..
십자가의 길 / 이충우 십자가 짊어지고 가는 인생길 혼자만 무거운 것 아닐 터인데 조금씩 편한대로 잘라내다가 나중엔 팔랑개비처럼 만들어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렸습니다. 어느 날 골이 깊은 산길을 만나 묵묵히 땀흘리며 걸어온 이들 사다리 대신 걸쳐 가는 걸 보고 아! 그때서야 깨..
십자가 회상 / 이인평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셨다 곡식을 심기 위해 보습이 닳도록 밭을 갈고 논을 갈고 어떤 날은 쟁기를 지게에 진 아버지의 등 뒤로 노을이 밀려왔다 아버지는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고삐에 이끌려 고개를 오르며 아버지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
십자가 / 이신강 <시와 십자가>에서 한 번도 한가한 날을 허락하지 않으신 당신을 원망하였습니다. 고단한 소년기와 엇갈리는 남편 딴 길 가는 아이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 덫 아니면 어찌 주님을 찾았겠습니까. 십자가는 나의 구원 참사람 일깨우고 당신을 알게 하셨습니다..
《泊秦淮》박진회 / 杜牧두목(803-852)(晚唐) bo(2)qin(2)huai(2) du(4)mu(4) 烟笼寒水月笼沙(연롱한수월롱사) 안개는 차가운 물결을 감싸고 달은 모래밭을 감쌌는데 yan(1)long(3)han(2)shui(3)yue(4)long(3)sha(1) 夜泊秦淮近酒家(야박진회진주가) 오늘밤 술집 근처 진회에 배를 대었다. ye(4)bo(2)qin(2)huai(2)jin(4)jiu(3)jia(1) 商..
십자가, 아파야 보이는 덧셈 표시 / 유안진 (1941-) <시와 십자가>에서 배고픔은 고달픔을 낳았고 고달픔은 서글픔을 낳았고 서글픔은 슬픔을 낳았고 슬픔은 아픔을 낳았다 이 픔자 가계(家系)는 오대(五代)만에 우연 아닌 필연으로 프러스 표시를 보았다 십자가였다 꿈이 더해졌다 강..